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를 알고 계시나요?
그는 만물이 네 가지 기본 원소가 결합해서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차고 건조한 ‘흙’, 따뜻하고 습한 ‘공기’, 뜨겁고 건조한 ‘불’, 차고 습한 ‘물’의 여러 특성들이 모든 물질의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인체는 흙·공기·불·물이라는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체는 네 가지 체액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이 생기는 것은 네 가지 체액의 조화가 깨졌을 때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00년 후 로마의 의사 ‘갈렌’은 인체에 존재하는 체액이 건강뿐만 아니라 성향 또는 ‘기질’과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갈렌은 네 가지 체액 중 하나가 지나치게 발달할 때 그에 상응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 기질은 ‘우울질’입니다. 이 기질은 슬픔과 두려움이 많으며 우울합니다. 또한 시적이고 예술가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두 번째 기질은 ‘점액질’입니다. 이 기질은 조용하고 느리며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변함이 없으며, 합리적입니다.
세 번째 기질은 ‘다혈질’입니다. 이 기질은 자신감이 있고 낙관적입니다. 또한 마음이 따뜻하고 쾌활합니다.
네 번째 기질은 ‘담즙질’입니다. 이 기질은 열정적이며 불같습니다. 또한 정력적입니다.
교실을 둘러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의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교실을 둘러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의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교실 여기저기를 활발히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학생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실외활동을 좋아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과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발표하고 싶어서 손을 드는 학생과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불릴까봐 조마조마해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교과담당 선생님들은 한 반이 아닌 여러 반을 수업하게 되고, 그 덕분에 그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각 반의 특징들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1반은 학생들이 밝고 좋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3반은 전반적으로 경직된 분위기에 발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그 중에서 우리 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혹시나 “아, 5반? 거기는 분위기가 산만해서 힘들어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다면 이를 고치기 위해 선생님은 자기 반 학생들에게 “다른 선생님 수업시간이라고 함부로 한다 던지 버릇없이 구는 건 안 된다, 용서하지 않겠다.” 등의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산만해서 힘들다는’ 평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론짓습니다.
“다 좋은데 너만 조심하면 돼.”
물론 그 주인공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 있으니 돌려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수업이나 쉬는 시간에 유독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태도가 정말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태도가 불량하고 다른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학생이 눈에 잘 띌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의 행동만 조절시킬 수 있다면 수업뿐만 아니라 교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여깁니다.
실제로 공개적으로 그 학생을 혼낸 후 그 이후의 수업은 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것을 경험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수업의 분위기를 흐리게 만드는 ‘주인공’ 학생을 공개적으로 혼냈기 때문에 자신도 혼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교사의 기분에 맞춰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일시적인 것이고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다시 갈렌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갈렌은 체액의 불균형이 병과 기질 문제의 원인이 된다면 그 치료 또한 체액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해서 건강뿐만 아니라 기질의 문제, 즉 너무 부끄러움이 많아서 문제가 될 경우 음식이나 특정 운동을 통해 부끄러움을 줄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상처를 내어 피를 뽑아 체액의 비율을 조절하면 치료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피를 뽑아 성격이 바뀔 수 있다면, 특정 학생을 교실에서 배제하는 것을 통해 교실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혹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피를 뽑으면 성격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요?
지금에 와서 이러한 주장들을 듣게 된다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갈렌의 생각들은 당시 의학을 지배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루어진 연구들로 인해 과거에 진리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갈렌의 주장도 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걔만 조용히 시키니까 되더라.”
교사로서 부끄럽지만 쉽게 듣기도 하고, 쉽게 내뱉기도 하는 말입니다. 이것을 진리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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